요한계시록 17장
17:1에서 일곱 대접을 가진 일곱 천사 중 하나가 요한에게 ‘큰 음녀의 받을 심판을 보여 주겠다’ 고 말한 것은 이후에 전개되는 내용이 바벨론의 멸망을 언급한 16:19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암시한다. 실제로 17:1-19:10은 요한계시록의 중심 주제의 하나인 바벨론의 멸망’을 상세히 소개한다.
본 단락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은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큰 음녀 바벨론이 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가를 인식하는 것이다. 음녀는 그의 추종 세력들과 함께 ‘음행의 포도주’(2절)에 취하여 ‘성도들의 피와 예수의 증인들의 피’ (17:6)를 흘리게 하지만, 결국 음녀는 하나님의 맹렬한 ‘진노의 포도주 잔’ (16:19)을 마셔야 할 것이다.
요한은 성령 안에서 여자에 대한 환상을 체험한다. 여자는 짐승을 타고 있는데, 여자는 음녀 바벨론(5절)을 가리키며, 짐승은 13장에서 언급되었던 ‘뿔이 열이요, 머리가 일곱인 짐승’과 동일하다. 음녀 바벨론과 짐승은 각각 로마 제국과 그 제국을 다스리는 정치권력으로의 황제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둘 사이의 관계는 밀접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이 여자는 매우 사치스런 옷을 입고 금과 보석과 진주와 같은 값 비싼 장식물로 치장하고 있다. 이것은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빛나고 깨끗한 세마포를 입은 어린양의 신부, 곧 성도의 모습(19:8)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또한 이 여자의 손에는 금잔이 들려져 있는데, 그 내용물은 가중한 물건과 음행의 더러운 것으로 채워져 있다.
이 음녀는 경제적인 능력을 가지고 세상의 우상숭배를 주도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성도’, 즉 ‘예수의 중인들’의 피를 흘리게 하였다(6절). 환상을 보고 기이히 여기는 요한에게 천사는 여자와 여자가 탄 짐승의 비밀을 알려준다. ‘비밀’이라는 단어는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암시하는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혜가 요구된다(9절).
짐승은 “전에 있었다가 시방 없으나 장차 무저갱으로부터 올라와 멸망으로 들어갈 자’로 묘사된다. 이 표현에서 중요한 사실은 짐승의 운명이 반드시 멸망하게 된다는 것이며, 이러한 짐승의 운영은 성도에게 소망의 근거가 된다. 천사는 계속해서 ‘열 뿔’ 과 그들의 운명에 대해서 설명한다. ‘열 뿔’ 은 문자적으로는 ‘열 왕’을 가리키지만, 세상 왕들의 막대한 권세를 상정하는 표현이다. 이 ‘열 뿔’ 은 한 마음이 되어 짐승과 연합하여 어린양을 대적하는 종말적 전쟁을 일으키게 된다.
그러나 만왕의 왕이시며 만주의 주이신 어린양과 성도들, 곧 “부르심을 입고 빼내심을 얻고 진실한 자들”은 반드시 승리하게 된다(14절). 천사는 계속해서 음녀의 비극적 최후를 언급한다. 열 뿔로 상징되는 열왕과 짐승이 음녀를 미워하여 망하게 하고 벌거벗게 하고 그 살을 먹고 불로 아주 사를 것이라는 의외의 내용을 소개한다(16절).
그런데 열 왕과 짐승 그리고 음녀는 불가분의 운명 공동체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가? 이것은 ‘악의 자기 파괴적 속성’ 때문이며, 악의 세력은 결국 상호 멸망의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결과를 세속적 관점에서 보면 그들이 악한 목적을 위하여 완벽하게 일치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이 작용했다는 점이다.
천사는 마지막으로 여자가 ‘땅의 임금들을 다스리는 큰 성’ 임을 밝힌다(18절). 이 표현 속에는 온 땅의 임금들을 다스리는 강력한 나라인 바벨론조차도 자기가 다스리는 짐승과 땅의 임금들에 의해서 멸망당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 상황에 대한 냉소적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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